한글 이야기

옛 사람들은 ‘사랑해’ 대신 어떤 말을 썼을까?

온테라 2025. 4. 3. 23:00

– 고백 없이도 설레게 하던, 옛날식 사랑의 언어들 –

 

"사랑해"는 최신 유행어?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사랑해”라고 말하죠.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요. 하지만 이 표현, 사실 꽤나 최신 트렌드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말에서 ‘사랑해’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근현대 문학과 대중가요의 영향을 받으며 대중화된 표현이에요. 조선시대 사람들은 드라마처럼 “나 그대를 사랑하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땐 사랑도, 표현도 지금보다 훨씬 우회적이고 조심스러웠죠.
그렇다면, 옛 사람들은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직진 고백 대신, 돌려 말하기 기술로 마음을 전했던 그들의 낭만적인 언어들을 파헤쳐봅시다.

 

옛 사람들은 ‘사랑해’ 대신 어떤 말을 썼을까?

 

 

"사랑합니다" 대신 “안녕하시오”?!

 

조선시대 연애 언어의 핵심은 간접적 표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좋아해도 “좋아한다”는 말 대신,

“부디 무고히 지내시오.”
이게 고백이었어요. 무슨 뜻이냐고요?
“당신이 아프지 않고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은 곧 사랑의 다른 말이었죠.
또한 “자주 뵙고 싶소”는 “당신이 보고 싶소”라는 뜻이었고, “밤이 깊었소”는 “이제 그만 가시오, 자꾸 보고 싶어지니…”라는 뜻이기도 했답니다.
무슨 암호 해독하는 느낌이죠?
그래서 조선시대 연애편지는 은근히 고전문학과 스릴러 사이 어딘가에 있었어요.
직설은 무례로, 우회는 미덕으로 여겼던 시대, 말 한 마디에 마음을 실어야 했습니다.

 

 

고백 대신 시조 한 수 : 사랑이 문학이던 시절

조선의 문인들은 마음을 말로 하지 않았습니다. 시는 그들의 고백법이었죠.
예를 들어 정철의 시조를 한번 볼까요?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더냐 /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
이게 뭔지 아세요? 이 시대 최고의 직진 고백이에요. 요즘 말로 하면 “너 하나 때문에 백 번 죽어도 괜찮아” 수준.
또 어떤 시조에서는
“이 몸이 죽어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
라는 극단적 표현을 통해, 당시엔 말로 하지 못하던 사랑을 문학으로 토로했어요.
그 외에도 ‘눈을 감아도 그대 모습이 선하다’, ‘손끝에 남은 향기’ 같은 비유와 상징이 고백의 언어였어요.
말은 없지만, 시에는 불타는 마음이 있었던 겁니다.

 

 

 

지금 사랑해도, 옛말로 하면 더 설렌다?

요즘엔 “사랑해” 한 마디면 다 해결되죠. 문자, 톡, 이모티콘까지.
하지만 옛날 사람들의 사랑은 말 한 마디에도 온 우주를 실어야 했던 시대였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는 곧 “당신 없이는 안 됩니다”,
“밤이 깊었소”는 “더 있고 싶지만 참겠소”,
“시 한 수 띄웁니다”는 “나 지금 심장 터질 것 같소”…
그러니까, 말은 덜했지만, 마음은 더 깊었던 시대였던 거죠.
혹시 요즘 사랑이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연인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내 그대를 마음에 담고 있어, 오늘 하루 무고하시오.”
100% 어리둥절할 수도 있지만… 분명 기억에 남는 고백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