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이야기

조선 시대 편지글에서 본 존댓말의 기원과 변화

온테라 2025. 4. 4. 13:00

– 말씨에 담긴 존중, 한글로 전해지다 –

 

 

조선 사람들의 편지, 그 속의 ‘말씨’

조선 시대 사람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격식과 예의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들의 편지는 단지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 지위, 감정까지 담아내는 정교한 언어의 예술이었습니다.

현대에는 “안녕하세요” 한마디로 인사를 대신하지만,
조선 시대 편지글에서는 인사만으로도 몇 줄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한글 표현의 정중함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존댓말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조선 시대 편지글에서 본 존댓말의 기원과 변화

 

편지글 속에 남은 한글 존댓말의 고대 형식

17~19세기의 조선 후기 편지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존댓말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 “천한 몸이 감히 문안 올리나이다.”
  • “소자는 늘 평안하신지 궁금할 따름이옵니다.”
  • “그간 몸체 편강하신지 엎드려 아룁니다.”

이 표현들에는 현대 한국어에서 잘 쓰이지 않는,
극존칭 표현과 겸양어가 풍부하게 사용되었습니다.

  • ‘문안 올리나이다’: ‘문안을 드립니다’의 고대 존칭형
  • ‘몸체 편강하신지’: ‘건강’ 대신 ‘몸체’, ‘평안’ 대신 ‘편강’이라는 단어 사용
  • ‘소자’, ‘엎드려’, ‘아룁니다’: 자신의 낮춤과 상대의 높임을 동시에 담은 정중한 말씨

이러한 조선 시대 편지글의 표현은
단순한 문법이 아니라, 신분 질서와 유교 윤리가 반영된
한글 언어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존댓말의 말씨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편지글의 표현도 점차
간결하고 실용적인 존댓말로 변화하게 됩니다.
19세기 말의 편지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사용되었습니다.

  • “늘 건강하시기를 바라오며, 가내 안녕하신지 여쭙니다.”
  • “소생은 별고 없이 지냅니다.”

‘감히’, ‘엎드려’, ‘아룁니다’ 같은 고어는 점점 줄어들고,
‘바라오며’, ‘여쭙니다’, ‘소생’처럼
실용성과 정중함이 조화를 이룬 형태의 한글 표현이 늘어났습니다.

이 변화는 해방 이후까지 이어져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세요”, “-십니다”, “-드릴게요” 등의
현대 존댓말 체계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존댓말, 조선에서 왔습니다

현재 일상에서 사용되는 존댓말의 대부분은
조선 후기에 정착된 한글 실용 문어체와 구어체의 절충형에서 유래합니다.

  • “-옵니다”, “-나이다” →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고격식 표현
  • “-하십니다”, “-여쭙니다” → 현대 한글에서도 사용되는 존칭형
  • “소인”, “소자”, “소생” → 문학적 표현 또는 의례적 용도로 한정 사용

이러한 한글 존댓말의 변천사는 단지 언어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문화의 흐름, 계층 구조, 인간관계의 재편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말의 높낮이와 언어 사용의 태도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뿌리는 조선 시대 편지글의 말씨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말씨에 담긴 마음 — 조선에서 배우는 한글의 깊이

조선의 편지를 읽다 보면, 단어 하나, 어미 하나에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말보다 말씨, 글보다 예의와 관계가 더 중요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빠르고 간결한 소통을 선호하지만,
때로는 예전 그 정중한 한글 표현 속에서
말의 깊이, 정서의 결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한글 편지글에 담긴 존댓말의 역사는
우리말의 품격과 전통을 되새기게 합니다.
말은 곧 태도이며, 그 말씨가 쌓여 언어의 문화가 됩니다.
조선 시대 편지 속 말씨를 통해,
우리는 오늘의 언어에 조금 더 정성과 따뜻함을 담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