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이야기

한글 맞춤법의 변천사 – 조선어학회부터 표준어 규정까지

온테라 2025. 4. 2. 23:39

– 글을 다듬는 일이 곧 언어를 지키는 길이었습니다 –

 

 

조선어학회의 탄생과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

한글 맞춤법의 시작은 일제강점기의 혼란 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20년대,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지식인들의 결집체로 조선어학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이 단체는 한글의 체계화와 표준화를 위해 언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1933년에는 역사적인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지역과 사람마다 표기법이 제각각이어서
교육과 출판, 언론 등 여러 영역에서 언어 혼란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 통일안은 처음으로 표준화된 맞춤법 체계를 제시하며
한국어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 쓰되, 일정한 규칙을 따른다’는 원칙 아래
형태소 중심 표기법이 적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는’은 ‘가다’의 어간 ‘가’와 어미 ‘-는’을 구분해 적도록 했고,
어간과 어미, 조사 등의 구조적 구분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러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은 단순한 문법 규정이 아니라,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정체성과 민족적 저항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어학회는 이후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한국어의 생명력을 지켜낸 정신적 토대로 평가받습니다.

 

한글 맞춤법의 변천사 – 조선어학회부터 표준어 규정까지

 

광복 이후의 개정 — 표준어 규정과 현대 국어의 정립

1945년 광복 이후, 한글 맞춤법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정부는 우리말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공식적인 맞춤법 규정과 함께 ‘표준어’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1954년, 기존 통일안을 일부 수정한 맞춤법 규정
표준어 규정이 함께 확정되었으며,
서울말을 기준으로 한 언어 통일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교육, 방송, 행정 등 공공 부문 전반에서
표준어 사용이 장려되었고, 이는 사회 통합과 국가 정체성 강화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다만, 이러한 표준화 과정에서 방언의 소외가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지역어가 비표준어로 규정되며 언어 다양성에 대한 편견이 생겨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한글 맞춤법 개정
오늘날 국어 문법 체계의 근간을 형성하며,
표준어 규정과 맞춤법의 통일성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988년 전면 개정 — 현대 맞춤법의 완성

1988년은 한글 맞춤법 역사에 있어 또 하나의 중대한 분기점입니다.
문화부는 그해 기존 통일안을 전면 개정하여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 맞춤법 체계의 골격을 완성하였습니다.

이 개정에서는 ‘소리 나는 대로’에서
‘형태를 살리는 표기’ 원칙으로 방향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합성어와 파생어의 구분, 외래어 표기 기준, 띄어쓰기 원칙,
그리고 표준 발음법과의 정합성 등 실용적인 요소들이 중점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던
‘안 되다/않다’ 구별, ‘돼/되’ 구분, 숫자 띄어쓰기 등
현실에 맞춘 세부 규정들이 포함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 언어 지침서로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 시기의 개정은 정보화 사회 진입기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교육, 언론, 법률 문서, 출판 등 다양한 매체에서
언어 품질 향상과 통일성 확보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맞춤법은 규칙이 아닌 언어의 철학입니다

한글 맞춤법의 변화는 단지 문법 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한국어를 지키고,
민족의 언어 정체성과 문화적 연속성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조선어학회의 정신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광복 이후 국가 주도의 정비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표준어 규정과 한글 표기 원칙을 통해 계승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맞춤법은
사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담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한글 맞춤법은 시대마다 그 역할을 달리했지만,
늘 우리말을 더 정확하게, 더 다정하게 쓰기 위한 기준이 되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 기준은 바뀌더라도,
우리가 지키고 싶은 한국어의 본질은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