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이야기

일제 강점기 일본어 잔재 언어, 지금도 쓰고 있는 말들

온테라 2025. 4. 3. 18:00

– 말 속에 남아 있는 식민지의 흔적을 한글로 돌아봅니다 –

 

한글 속에 스며든 역사 — 일본어 잔재란 무엇인가

일제강점기(1910~1945)는 한국의 역사뿐 아니라 한글의 구조와 말의 쓰임에도 깊은 영향을 남긴 시기였습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일본어 사용을 강제하며, 관공서·학교·군대·기업 등 공공 영역에서 일본어를 ‘공식 언어’처럼 사용하게 했습니다.
이로 인해 행정, 교육, 상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일본어 표현이 한글 말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고,
광복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일본어 유래 단어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말들은 겉으로는 한국어처럼 들리지만, 그 뿌리를 따져보면 일본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지 외래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글이라는 언어에 식민 지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한글은 우리의 정체성을 담는 언어인 만큼, 그 안에 남은 타문화의 흔적을 성찰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어 잔재 언어, 지금도 쓰고 있는 말들

우리가 지금도 쓰고 있는 일본어 유래 한글 표현들

지금도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 중에는 일본어에서 온 한글 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고참 / 신참 → 일본어 ‘고참(古參)’, ‘신참(新參)’에서 유래.
    → 군대나 조직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선임’, ‘신입’이라는 순화 표현이 존재합니다.
  • 땡땡이치다 → ‘땡땡(テンテン)’은 출석부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 수업을 빠지거나 무단으로 놀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 단도리 → 일본어 ‘단도리(段取り)’에서 유래해 ‘사전 준비’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 오야붕, 가라, 땡깡, 빠꾸, 쇼부 등도 여전히 많이 쓰이는 일본어 잔재입니다.
  • 음식 관련 표현인 ‘야끼다’, ‘깡통’, ‘우동’, ‘고로케’, ‘오뎅’, ‘덴뿌라’, ‘다꾸앙’ 등도
    일본어 원형에서 온 단어들이며, 우리 한글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사례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단어들이 ‘한국어인 줄 알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언중이 그 뿌리를 인식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면서 한글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어 잔재 순화와 한글 순화어 보급의 현실

광복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어 잔재를 정비하고, 한글 표현으로 순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 왔습니다.
특히 국립국어원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일상 순화어 캠페인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 고참 → 선임, 신참 → 신입
  • 단도리 → 사전 준비, 땡깡 → 억지
  • 빠꾸 → 후진, 가라 → 가짜

하지만 이러한 순화어들은 공식 문서나 교육 자료에선 사용되더라도, 일상 언어로는 쉽게 정착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오랜 습관화: 이미 몸에 밴 표현들이 더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 인지 부족: 해당 단어가 일본어 유래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어감의 미묘한 차이: 순화어가 상황의 감정이나 뉘앙스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느낌을 줄 때도 있습니다.

한글 순화는 단순히 단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말의 문화와 감정까지 함께 바꾸는 긴 여정이 필요합니다.
한글이 생활 깊숙이 살아 있는 말이 되려면, 사회 전체의 언어 감수성과 참여가 중요합니다.

 

 

언어 청산이 아닌, 한글에 대한 성찰이 먼저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일본어 잔재는 단지 외래어의 문제가 아니라, 한글이라는 언어의 자존감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단어 하나에도 역사의 흔적이 담겨 있는 만큼,
우리가 쓰는 말이 어떤 시대를 지나온 말인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말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말의 유래를 알고, 자연스럽게 대체 가능한 표현으로 바꿔 사용하는 노력이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예를 들어:

  • ‘오뎅’ 대신 ‘어묵’,
  • ‘빠꾸’ 대신 ‘후진’,
  • ‘단도리’ 대신 ‘사전 준비’

이처럼 한글 순화어를 인지하고 조금씩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속에
어떤 문화, 어떤 시대의 흔적이 담겨 있는지를 돌아보는 마음입니다.
그 말의 길을 따라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정제된 언어를 물려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한글을 지키는 진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