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이야기

일상 속 외래어, 순우리말로 바꿔본다면?

온테라 2025. 4. 5. 09:00

– 익숙함 속에 가려진 우리말의 숨결 –

 

한글을 밀어낸 낯익은 외래어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외래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케이스 좀 가져와요”, “오늘 미팅이 있어요”, “이벤트 기간이래요” 같은 문장 속 단어들은 모두 외래어이지만, 이미 한글처럼 익숙하게 정착된 표현입니다.
1980~90년대 이후 광고, 방송, 인터넷, 기술 산업을 거치며 수많은 외래어가 한글 언어생활 속에 무분별하게 유입되었고, ‘아이템’, ‘세트’, ‘베스트’, ‘컨디션’과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 속에서 한글 고유의 말맛과 정서적 깊이는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물론 외래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으로 사용되며 한글을 대체하고 있다면, 언어 문화의 균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상 속 외래어, 순우리말로 바꿔본다면?

외래어, 이렇게 한글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외래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한글 표현을 한 번 더 떠올려 본다면,
그 자체로 한글의 고유성과 따뜻함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외래어한글 대체어
케이스 덮개, 겉싸개
노트북 접이식 컴퓨터, 손자판
사인 이름쓰기, 서명
프린트 출력물
미팅 만남, 회의
리포트 보고문, 과제 글
베이비 아기, 아이
이벤트 행사, 특별한 날

예를 들어 “이번 이벤트는 베스트 아이템을 중심으로 구성했어요”는
**“이번 행사는 가장 좋은 물건을 중심으로 꾸렸어요”**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같은 뜻이라도 한글 표현은 더 따뜻하고, 말의 결이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말의 온도는 한글이 결정합니다

언어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말에는 감정, 관계, 문화의 결이 함께 담깁니다.
같은 내용을 표현하더라도 외래어와 한글은 사람 사이의 거리감과 말의 온도를 다르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미팅’은 일정, 형식, 목적을 강조하는 표현이라면,
‘만남’이라는 한글은 감정과 관계 중심의 말로 사용됩니다.
‘베이비’는 상품 광고나 SNS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아기’라는 말에서는 보호하고 아끼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한글에는 ‘도란도란’, ‘사근사근’, ‘다정하다’, ‘곰살맞다’처럼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말들이 많습니다.
외래어는 빠르고 세련되지만 감정을 담기 어려운 반면, 한글은 감정이 스며드는 언어입니다.

 

 

우리가 되찾을 수 있는 한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외래어를 안 쓰면 촌스러워 보여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는 순우리말을 다시 찾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온’, ‘서우’, ‘하람’, ‘이든’ 같은 순우리말 이름이 인기를 끌고 있고,
‘온새미로’, ‘마리몽’, ‘한올’처럼 한글 이름을 브랜드에 사용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한때는 낡고 투박하다고 여겨졌던 우리말이
이제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재해석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한글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잊혀졌을 뿐입니다.
우리가 다시 부르면, 그 말들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와 일상의 따뜻한 결이 되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외래어는 새롭고 편리한 표현이지만,
한글은 오래되고 다정한 말입니다.
그 말들 속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관계의 온기, 정서의 깊이, 사람 간의 미소가 담겨 있습니다.